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대성공으로 인해 아네모네피쉬의 관상용으로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연간 1백만 마리 이상의 엄청난 남획이 이뤄져 여러 나라의 곳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했다. '니모를 찾아서'가 '니모를 잡아서'로 바뀐 것이다. 가족을 되찾는 영화가 이산가족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와는 달리 수족관에서 기르던 아네모네피쉬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도 말미잘에 다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
몸에 가는 줄무늬나 넓은 밴드모양의 무늬, 또는 큼직한 반점 등을 갖고 있다. 특히 대부분 눈을 지나는 짙은 색의 무늬를 갖고 있어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몸통 다른 곳에 검은색 반점을 갖고 있기도 한데, 포식자로 하여금 눈이 어디에 있는지 혼동하게 만들어서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왕게' 또는 '게의 왕'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부르는 킹크랩 때문에 '게 왕국'의 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일반 게와 함께 킹크랩을 보여주면서 이게 킹크랩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와! 딱 이름대로네"라고 하기 쉽다. 킹크랩의 외양은 게와 다르지 않고 덩치는 다른 게들 보다 훨씬 크다보니 당연한 반응이다.그런데 '킹크랩은 게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킹크랩과 게를 같이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다리 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모습이 많이 다르게 진화하다 보니 알아보기 힘든 게들도 있다. 바다생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상자 모양이어서 박스 크랩(Box Crab)이라 불리는 종류들은 그나마 자세히 뜯어보면 게라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이어 코럴 크랩(Wire Coral Crab), 소프트 코럴 크랩(Soft Coral Crab), 오랑우탄 크랩(Orangutan Crab) 정도 되면 게인지 다른 생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오징어처럼 납작해졌다', '오징어처럼 납작한..'이란 표현을 흔히 쓰지만, 당사자인 오징어가 들으면 무척 섭섭해 할 것이다. 오징어가 정말 납작하거나 못생겼다면 몰라도 통통하면서도 날렵한 몸매를 갖고 있고, 거기에 더해 수시로 색깔과 몸의 형태까지 바꾸는 멋쟁이 바다생물이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납작함의 비유 대상으로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일지도 모른다. 말린 오징어를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일본뿐이라고 한다.
환도상어는 꼬리 때문에 멋지게 보이고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수난을 겪는 요인이기도 하다. 상어 중에서 육질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샥스핀의 재료가 되는 지느러미가 길다 보니 어부들의 최고의 어획 목표물이었다. 1980년대에 유자망 어업에 의해 남획되기 시작하면서 인도양, 대서양의 경우 90%이상 감소하였고, 그 결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매년 1백만 마리씩 죽임을 당했다니, 거의 종족 말살에 가까운 남획이 아닐 수 없다.
짝을 이루면 둘이서 배를 맞대고는 살며시 산호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파르르 떠는 듯하면서 30cm 이상, 때로는 그보다 훨씬 높이 천천히 떠오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절벽에서 추락하듯이 총알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그 순간에 알이 수정되면서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 광경을 처음 보는 다이버들은 몹시 신기해하고, 오래 오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만다린피쉬가 짝짓기하며 떠는 몸짓을 보면, 보는 사람도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 대한 감동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몸통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노란 무늬도 간간히 있어 벌처럼 생긴 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호박벌 새우)은 가장 보기 힘든 새우 중 하나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예쁘지만 만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지, 기를 쓰고 만나 보려고 애쓰는 수중사진가들이 많다. 은둔형 스타를 만나보고 싶은 심리와 같은 것이리라. 우연히 만나기는 정말 어렵고, 내 경우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서식하는 장소를 아는 필리핀 현지 가이드가 안내해줘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새우는 바다생물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새우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렵다. 새우는 곤충을 비롯하여 가장 많은 지구 생물이 속해 있는 절지동물에 속하는데, 바다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역할로 보아 바다의 곤충이라고 할 만하다.
리본일은 여러모로 신기한 동물이다. 다이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리본일은 어릴 때는 검정색, 성장하면 파란색, 더 크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더 신기한 것은 색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성전환도 이뤄진다는 것이다. 파란색 리본일은 수컷이고 노란색 리본일은 암컷이다.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수컷 생식기관이 작동을 해서 정액을 생산하고, 더 커지면 수컷 생식기관은 작동을 멈추고 암컷 생식기관에서 알을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한 평생에 여성, 남성으로 모두 살아보니 이것도 호사라면 호사일 수 있겠다.
갑오징어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피부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는 것이다. 갑오징어는 피부 1제곱 밀리미터에 200개 이상의 특수한 색소세포(Chromatophore)가 있다. 이 색소세포는 일종의 염료가 담겨져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인데, 이 세포를 크게 늘리면 피부에 색깔이 나타나고 줄이면 다시 작은 점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카멜레온 등 변색 동물보다 아주 세밀한 수준으로, 그것도 훨씬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이런 변색원리를 옷감 소재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멋쟁이들이 색깔이 순간순간 바뀌는 신기한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있겠다. 공상소설 속의 투명망토가 실제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런 물고기가 다 있어?" 하며 궁금해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는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그럼 사람이랑 비슷하게라도 생겼어?"라고 하며 장난하는 걸로 의심할 듯싶다. 그런데 진짜 그런 물고기가 있다. 대신 생긴 것은 사람이 아니라 딱 개구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름도 프로그피쉬(Frogfish)다.
헤어리 쉬림은 털이 많은 새우라는 뜻인데, 이름대로 다른 새우들이 매끈한 몸을 가진 것과 달리 몸 전체가 털로 덥혀 있다. 몸을 쭉 피면 전체 길이가 5mm정도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몸을 항상 웅크리고 있어 2mm 정도 크기여서, 이렇게 작은 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다이버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은 있을 만한 곳을 알고 있고 경험이 많으니 발견할 수 있지, 일반 다이버들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이 부근에 있다고 하면, 작정하고 열심히 찾아야 겨우 발견할까 말까 하는 정도다.
다이버들에게 가장 만나고 싶은 바다생물이 무엇인지 인기투표를 하면 아마 만타 레이(Manta Ray)가 1등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평균 크기는 4-5미터, 큰 것은 7미터가 넘는다. 체구가 크면 보통 움직임이 직선적이기 마련인데, 만타는 동작이 아주 섬세하고 우아한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고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왕이 춤을 추면 저런 자태가 아닐까 싶다. 만타는 멀리 지나가면서 희미한 모습만을 잠깐 보여줘 애를 태우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한 장소에서는 다이버들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감동과 환희의 시간을 만끽하게 해준다.
맨티스 쉬림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앞다리는 용수철 기능이 있는 말안장 모양의 조직으로 몸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 용수철이 눌렸다가 힘차게 튕기듯이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속도가 초속 20미터 이상으로 총알처럼 빨라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맞으면 기절하거나 껍질이 부서진다. 맨티스 쉬림 때문에 수족관이 깨진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부들이 맨손으로 잡으려다가 엄지손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다생물 중에서 가장 디테일이 아름다운 생물은 단연 고스트 파이프피쉬(Ghost Pipefish, 유령실고기)다. 지느러미는 귀부인이 들고 다님직한 화려한 깃털부채 모양이다. 온 몸의 섬세한 돌기와 화려한 무늬가 잘 어우러져 마치 정교한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이름이 유령일까?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색깔과 무늬가 주변 환경과 똑같이 변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방금 보았어도, 잠깐만 한눈을 팔면 다시 찾기가 어려워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덩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사람에게 추호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주 먹이는 플랑크톤이고, 입을 크게 벌려 물을 빨아드렸다가 필터를 통해 내보내면서 여과하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이때 고래상어의 입 주변에 물고기가 있어도 전혀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흡입력을 기가 막히게 딱 맞게 조절할 줄 아는 것 같다.
수컷에게 임신과 출산 과정을 맡김으로써 암컷은 알을 만드는 과정에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고, 수컷이 출산을 하면 바로 다시 임신을 하게 만듦으로써 여러번 자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수컷 해마는 출산 당일에 다시 임신할 수 있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까지 암수가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해마야말로 성평등의 '최고의 경지'라고 할 만하다.
최근 문어의 게놈 연구결과가 네이처 잡지에 발표되었다. 그 결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사실들이 알려졌는데, 문어의 게놈이 인간만큼이나 크며 신경세포의 발달과 상호조절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숫자는 포유류의 두 배에 달하고 단백질코딩 유전자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한다. 문어가 유전학적으로 사람만큼 발달한 고등생물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다. 한자 이름 '文魚'가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이니 문어가 똑똑한 것은 고대 사람들도 알고 있었나 보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생물분류 단위인 문(phylum) 수준에서 보면, 바다에는 총 33종 중 32종이 살고 있어 종다양성이 육지보다 훨씬 높다. 육지에는 17종(그나마 5종은 아주 조금)만이 살고 있다. 생명의 근원은 바다에서 시작됐으니, 바다생물 입장에서는 육지생물이 '집나간 아이'들일 것이다. 지구의 전 생애를 생각하면 바다생물들이야말로 '지구의 진짜 주인'일 듯싶다.